잘 안되냐?

아버지와 함께 떠난 여행
운전은 내가 하고 있었다.

"예?"

좌석에 몸을 묻고 계시던 아버지는
주섬주섬 음악테이프 하나를 찾아
데크에 넣었다.

"박인희"
"예?"
"이 노래 부른 가수다. 촌스럽냐?"
"아니, 뭐..."
"아무 느낌도 없고?"
"..."
"난 이 노래 들으면서 울었다."

아버지가 내 나이였을 때
첫휴가를 나온 군인이었으며
첫사랑과 헤어졌고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도
처음엔 담담했단다.
군인이니까.
군대에 가면 다들 헤어지니까.
그런데...

"벌써 끝나버렸는데
이 가수는 자꾸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고 하잖아!"

노래를 듣다보니 화가 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더란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계속 울었단다.

노래는 어느덧 끝나 있었다.
아버지가 라디오를 켜자
또 다른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지식e 2권 (북하우스 출판) 발췌.



일요일 아침 밀린 업무때문에
여느 때와 같이 아침 5시반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지나가는 유리에 비친 내가 지쳐 보인다.

'두달인가...'

휴일없이 하루 15시간씩 회사에 메여
주야간 2교대 근무도 하고

이제 휴일없는 일주일이 익숙해 져버렸다.
무덤덤 하다.
내게 주말은 오후 5시에는 퇴근할 수 있는 날이다.

별 감흥은 없었다.
힘들다, 라든지...

근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스쳐지나간 글귀에
가슴이 아린다.

'가을 전어 입하'

"아. 내 여름이 이렇게 끝나는 구나."

여자친구에게 이야기 했다.
"내 하계휴가는 내일부턴데 횟집에서는 가을이라잖아."
생각하면 화가나는데
이상하게 여자친구는 웃었다.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잖다.


난 사실 가을전어 구이를 무척 좋아한다.
게다가 휴가고.
좋다. 그냥 그렇다고...


일주일 쉬는게 자랑.

by 아저씨 | 2009/08/24 12:42 | 인생..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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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hePaper at 2009/08/24 15:17
휴가 축하. 나도 저 지식e 에피소드는 참 가슴에 아렸음. 흙흙
Commented by 아저씨 at 2009/11/27 00:11
재밌으라고 쓴건데 슬프네요.(회사에서는 댓글도 찜찜해서 안달아요.;;)
오늘이 몇일이래?ㅋㅋ.오랜만에 집에서 이글루 하니까 이러고 있네요. 근데 엠에센은 안되요.;;)
Commented by Noir at 2009/08/24 21:20
아이고 선배 휴가 축하해요ㅠㅠ 가을전어 맛있게 드시라!!!!
그리고 지금 생각난김에 돈 입금 해드릴게요 ㅇ<-< 왜 이렇게 깜박깜박 하는지;
Commented by 아저씨 at 2009/11/27 00:13
돈은 잘 받았고, 내가 먹은 가을전어는 짰단다. 휴가는 벌써 겨울 휴가가 될지도...스키장 가서 보드 탈테다. 우리 아가씨를 가르쳐야 하는데...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럴테다. 보호 장비는 일단 구비하고...아, 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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